환경운동연합 |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23 | 02-735-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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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임 씨의 증언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최대 밀집지다. 당진, 태안, 보령, 서천 4개 지역에 전국의 절반에 가까운 12,400 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26기가 가동 중이다. 석탄화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환에 대해 호소해왔지만, 최근 들어서야 주민건강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실상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태안반도 북단의 교로리는 동서발전이 운영하는 당진석탄화력발전소와 바로 인접했다. 바다로 길게 뻗은 마을 모습이 왜가리 목처럼 생겨 ‘왜목마을’이라 부르는 이곳엔 400여 주민들이 모여 산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집과 논밭에서 매일 발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을 눈 앞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교로2리 주민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김금임 씨(77) 집 마당에 들어서자 밭에서 막 수확한 듯 고추가 쌓여있다. 그는 30년 동안 바닷가에서 횟집을 운영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농사를 짓고 있다. 암에 걸리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도 굉장히 건강했어요. 의사가 ‘이렇게 건강한 양반이 어떻게 이런 게 걸렸느냐’고 하더라구. 병 원인이 명확하진 않았어요. 나는 진짜 이런 병에 걸릴지 생각도 못 했어요.
 

2011년 대장암에 걸려서 수술을 했는데, 심장이 약해서 마취도 못 했어요. 가슴을 여기서 여까지 짜갰어. 그래서 내가 닭을 안 잡잖애. 닭 가슴 짜개면 내 가슴 짜개는 것 같아서. 한 달을 병원에서 있다가 대장암 수술을 했지. 죽다 살았어요."
 

이 마을에서 최근 암 발병이 늘면서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 한다. 교로리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가구에 불과한 마을에서 최근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13명이 숨졌다. 의사는 ‘원인불명’이라고 진단했지만, 김금임 씨는 석탄화력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심을 숨기지 못 했다.

"여기 (송전)탑 때문에, 발전소 공해 때문에 그런거야. 발전소 들어서고 탑 나가고부터는 어느 집에 암 안 걸린 집 없어요. 한 집에 하나씩은 암 걸렸어요. 밭이 다 탑 밑에라. 교로3리도 암으로 많이 죽었어. 3~4년 동안에 한 집 걸러 한 사람씩 (암으로) 죽었어."

"바람 불면 (발전소 분진이) 다 날라오지. 하다 못해 배추를 심잖아, 가닥 가닥에 새카맣게 연탄재야. 하얀 빨래를 빨아서 하루 저녁에 널었다가 늦어서 못 걷어들이잖아, 새카매요. 다시 헹궈야 해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거미줄처럼 뻗어나온 765kV의 초고압 송전선도 일상적인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김금임 씨 밭 너머로 거미줄처럼 얽힌 거대한 송전탑의 행렬이 시야를 압도했다.
 

"날이 흐리면 (송전)탑이 개구리 우는 소리처럼 엥엥 거리는 소리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 말도 못 해. 안개가 끼면 여우 해골 파는 소리처럼 시끄러워서 못 살아."

 

김금임 씨 곁에 있던 남편도 송전탑에 대해 언급했다. 정작 문제의 심각성이 많이 알려졌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고 오히려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철탑이 저게요 50미터 (아래서도) 형광등 들고 있으면 불이 들어와요. 그런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요. 방송사나 국회의원에 만날 이야기해도 그때뿐이지, 오히려 (송전탑) 더 올린다는 거에요."

누군가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건강 문제나 환경 오염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김금임 씨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김금임 씨는 교로리가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되었으면 한다.
 

바라는 것도 없어. 여기 송전탑인가 뭔가 들어오려면 아예 이주를 다 해야 해. 이주해주게 할 때까지는 못 들어오게 하려구. 사람이 다 죽어자빠지는데.

누군가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건강 문제나 환경 오염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김금임 씨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